'동화책 보는 아빠(~2010)'에 해당되는 글 45건

  1. 2010/11/05 [어린이책 리뷰]신기한 독
  2. 2010/11/04 [어린이책 리뷰]무릎딱지
  3. 2010/10/30 [리뷰]어린이 책 모둠
  4. 2010/10/22 [리뷰]소년과 바다
  5. 2010/08/27 [리뷰]풀이 좋아

재일 조선인인 홍영우 작가는 연세가 꽤 많은 분이다. 그런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 한국을 오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보리 출판사와 함께 많은 작품을 했다. 민속도감을 그리기도 했고, 여러 이야기책을 냈다. 얼마전엔 청소년판 열하일기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꽤 마음에 든다.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성실한 주인공이 받은 복을 욕심 많고 음흉한 인물이 뺏으려 한다는 '흥부놀부'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하나의 구조가 겹쳐진다. 마을 원님이라는 지배자, 권력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앞서 나오는 농사꾼 대 부자 영감의 대결구도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간다면 부자 영감이 골탕을 먹고 농사꾼이 복을 누린다는 해피엔딩이었을 테지만 원님이 등장하면서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농사꾼이나 부자 영감이나 둘 다 닭쫓던 개의 꼴이 되고 만다. 복덩이를 탐낸 원님이 뺏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농사꾼과 부자 영감은 둘 다 피해자가 된다. 대신 원님이 복덩이를 혼자 차지하는 듯 하지만 역시나 헛된 욕심을 부린 죄로 골칫거리만 떠안고 끝난다.

홍영우 작가의 그림은 동양화 기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색깔을 조금 더 진하게 입힌 듯한 느낌이다. 홍 작가는 옛이야기 그림을 많이 그렸기 때문에 복색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한 듯 하다. 매우 자연스럽다. 동양화 기법임에도 불구하고 음모를 꾸미는 음흉한 표정, 신나하는 표정, 곤경에 처해 난처해 하는 표정 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서양화에선 파스텔로 그린 그림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한지에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채색화도 꽤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나저나, 출판사에서도 그런 카피를 뽑았던데, 여러분은 이런 독이 생기면 거기다 뭘 넣고 싶으신지?


무엇이든 나오는 독에 욕심부린 원님에겐 어떤 일이

신기한 독 - 10점
홍영우 글.그림/보리

남보다 많이 가졌으면서도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이 가진 행운이 탐이 나 꾀를 부리다가 결국 낭패와 봉변을 당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옛이야기에서 자주 눈에 띄는 구조다. ‘흥부와 놀부’ ‘혹부리 영감’ 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선악구도가 긴장감을 안겨주고, 마지막엔 통쾌함과 함께 권선징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부산과 평북 선천지방에서 전해지는 민담을 바탕으로 한 <신기한 독> 역시 비슷한 전형을 따라간다. 농사꾼이 밭을 일구다 땅속에서 크고 못생긴 독(항아리)을 발견한다. 알고보니 뭐든지 넣었다 꺼내면 그 물건이 자꾸만 나오는 신기한 독이었다. 이 소문이 퍼지자 욕심 많은 부자 영감이 농사꾼을 찾아가 자기 할아버지가 묻어뒀던 독이니 내놓으라고 우긴다. 임자를 가리기 위해 원님을 찾아갔지만 원님마저 탐을 낸다.

원님은 주인을 가리기 어려우니 독을 나라에 바치라고 명령한다. 독을 자기 집으로 냉큼 가져간 원님은 속으로 ‘돈을 넣을까? 먹을 것을 넣을까? 이 보물단지에 무엇을 넣을까?’ 궁리하면서 입이 헤벌어진다. 그런데 집안 대청마루에 모셔둔 독을 원님의 아버지가 보게 되고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진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독은 와장창 깨져버리고 원님에겐 두고두고 골치 아픈 일만 남는다.

재일 조선인 동화작가 홍영우의 수묵채색 그림은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201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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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

출판사 분이 이 책을 들고 찾아왔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이 책을 건네받았다. 출판사 분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가운데 이 책의 표지를 넘겼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휘리릭 페이지를 빨리 넘겼다. 눈동자에 습기가 차는 것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좀 딴 얘기지만 책을 들고 와서 소개를 하다가 눈물을 찔끔한 분이 한분 있었다. <곤충의 밥상>이라는 책을 낸 상상의 숲 출판사 대표였는데 그 책의 원고가 너무나 감동스럽다고, 처음 원고를 받아보고는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면서 그 당시가 다시 떠올랐는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여하튼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게 그리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는 문화에서, 어린이 책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건 쑥스러운 일이다. 다행히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눈치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어린이 책을 많이 보게 되면서 놀란 것은 소재의 다양성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생기 발랄하고, 엉뚱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얘기들이 어린이 책의 단골 소재이지만 이혼, 사별, 장애, 빈곤, 폭력 등 어두운 소재를 정면에서 다루는 작품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소재를 다룬 국내 어린이책은 좀 불만스럽다. 대체로 진부한 구도이거나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면 얼마나 많이 봤길래 함부로 폄하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본 것은 그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번역물은 다 만족스럽다는 것도 아니다.

<무릎딱지>는 엄마의 죽음이 소재다. 소재 자체가 아이에겐 충격적일 수 있고, 자칫하면 이야기가 신파로 흐를 개연성이 다분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눈물을 글썽이게 할 지언정, 통곡하지는 않게 한다'고 표현해야 할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긴장감을 잘 조절하고 있다.
 
나한테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나버린 엄마. 나도 아빠도 괜찮은 척 하지만 집안엔 무거운 공기만 흐른다. 시간이 흐르며 내 몸에서, 집안에서 엄마의 향기가 희미해진다. 그래서 문을 꼭꼭 닫아걸었더니 아빠는 덥다고 야단이다. 바보 아빠. 마당을 달리다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났다. 무릎에 빨간 피가 흐르니까 엄마가 나타나 나를 안아준다. 그래서 나는 딱지가 앉으면 일부러 딱지를 떼서 피가 나게 한다. 엄마를 볼 수 있으니까. 할머니가 왔다. 할머니는 닫힌 창문을 모두 열고 먹을 것을 준다. 할머니는 엄마가 내 가슴 가운데 오목한 곳에 숨어 있다고 말한다. 어느새 딱지가 떨어졌지만 피는 나지 않는다. 그래, 엄마는 항상 나와 함께 있다.

때론 그림책에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그림도 감동적이다. 붉은색과 옅은 붉은색, 그리고 노란색만으로 그림을 이어가는데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이 스토리를 보며 일렁이기 시작한 마음이 기어이 눈물을 흘리게 한다. 어찌보면 단순한 그림들인데 아직도 눈가에 어른거린다. 이런 그림책을 보고 나면 너무나 기분이 좋다.

그런데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는 내 아이에겐 아직 이 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꼬맹이 녀석에겐 아직 버거운 책이라는 생각에서다. 출판사에선 10세 이상에게 읽히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엄마가 죽었다. 무릎에 빨간 딱지를 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무릎딱지 - 10점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이경혜 옮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한울림어린이(한울림)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사실은 어젯밤이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밤새 자고 있었으니까 그동안 달라진 건 없다. 나한테 엄마는 오늘 아침에 죽은 거다.…나는 엄마 냄새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엄마 냄새는 자꾸 사라진다. 나는 엄마 냄새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집 안의 창문들을 꼭꼭 닫았다. 아빠는 투덜댔다. 지금은 여름이고,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어제 나는 마당을 뛰어다니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무릎에 상처가 나서 아팠다. 아픈 건 싫었지만 엄마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그래서 아파도 좋았다. 나는 딱지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손톱 끝으로 긁어서 뜯어냈다. 다시 상처가 생겨서 피가 또 나오게. 피가 흐르면 엄마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으니까.’


빨간색 표지를 넘기자마자 뭔가가 ‘쿵’하고 가슴을 때린다. 엄마가 죽었다니? 농담을 하는 건가? 이어지는 말을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체 어린이 그림책이 이렇게 시작해도 되는 걸까? 그렇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이 그림책은 엄마의 죽음을 아이가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렸다. 아이는 분노하고 부정하다가, 혼자만의 공상 속에 엄마를 잡아두려고 집착한다. 결국 할머니의 도움으로 엄마는 항상 내 가슴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상처는 치유된다. 엄마의 죽음이라는 소재는 분명 어린이가 두려워하거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눈물은 글썽이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주를 이룬 그림 역시 강렬하고 자극적이라기보다는 평온하고 따뜻하다. (201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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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

아차, 하는 사이에 8월말부터 어린이 책 리뷰 기사 갈무리를 해두지 못했다. 내가 쓴 글들을 증거보전 차원에서 모아두기로 했으니 짧은 기사지만 갈무리 한다. 두어달 밀린 것을 모아놓으니 꽤 된다. 벌써 기억이 가물한 것도 있다. '망각의 힘'은 대단하다. 읽은지 얼마나 됐다고...

TV 발명의 원천, 호기심 그리고 상상력

TV를 발명한 소년 - 10점
캐슬린 크럴 지음, 정미영 옮김, 그레그 카우치 그림/봄나무
데이글로 형제 - 10점
크리스 바턴 지음, 정지현 옮김, 토니 퍼시아니 그림/문학동네어린이

필로 판즈워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철 지난 과학잡지를 읽으며 과학공부를 했고, 발전기를 직접 수리하며 전자제품의 원리를 깨우쳤다. 그리고 불과 열네살 때 감자밭을 갈다 오랫동안 궁리해오던 텔레비전의 구현 원리를 떠올렸고, 훗날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마침내 텔레비전을 만들어냈다. 판즈워스의 이야기는 사소한 것도 신기하게 바라볼 줄 아는 호기심과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자 궁리하는 상상력이 발명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크레용엔 대부분 형광색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한번 접하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야 마는 형광색은 의사가 되고자 했던 형, 세계적인 마술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동생, 이 형제가 만들어냈다. 형인 밥은 사고로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의사의 길을 포기한 채 동생 조의 형광색 실험을 돕는다. 조는 마술을 화려하게 해줄 형광색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지하 방에서 책을 읽으며 수없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은 형제는 마침내 낮이건 밤이건 눈에 띄게 반짝이는 형광색 물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밥과 조 형제 역시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마침내 성취하고야 마는 집념을 보여준다. (2010.8.28)

수족관 물고기를 실수로 모두 죽였대! 왜?

뻔뻔한 실수 - 10점
황선미 지음, 김진화 그림/창비(창작과비평사)

대성이는 반장 영일이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자기 엄마가 선물했다면서 교실 수족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당번을 제 맘대로 정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먹이통을 손에 넣게 된 대성이는 영일이를 골탕 먹이려고 먹이통을 감춘다. 가루비누와 코코아 가루를 섞으면 물고기 먹이와 비슷하게 보인다는 것을 안 대성이는 먹이통의 내용물을 바꿔치기해 교실에 갖다 놓는다. 그런데 바꿔치기된 먹이를 먹은 물고기들이 모두 죽고 만다. 충격에 휩싸인 교실. 대성이는 더 큰 충격에 빠진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잘못을 고백하면 용서해주겠다’며 고백을 종용한다.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먹이를 준 보미를 의심한다. 대성이는 마침내 고백하고, 실수였다고 강변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작품 속 대성이네 옆집에 사는 노총각 고철 아저씨는 대성이만 보면 ‘열 살은 참 불쌍한 나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실제 그럴 수 있다. 열 살은 여전히 어린이로 취급받지만 ‘어린애’와 청소년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응석받이 개구쟁이로 떼쓰고 실수해도 용인되던 시절에서, 행동의 반경과 깊이가 커지는 대신 행동에 책임질 것을 요구받는 시절로 이동하는 단계다. 주인공 대성이는 결코 물고기를 죽이려 하지 않았지만, 그가 벌인 장난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작가는 대성이의 뿔난 마음을 헤아리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행동까지 눈감아주지 않았다. 스스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독려하며 ‘책임’의 의미를 깨닫게 했다. (2010.8.28)

천국의 섬, 그러나 영원히 머물 수 없는 곳

움직이는 섬 - 10점
최나미 지음, 최정인 그림/한겨레아이들

소설 <파리대왕>, 영화 <배틀로얄>은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외부와 격리된 섬이 공간적 배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천진해야 할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투쟁이 음울한 느낌을 주는 것도 비슷하다.

<움직이는 섬>은 제각각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어린이들이 주인인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는 점에서 <파리대왕> <배틀로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아무나 올 수 없는 ‘움직이는 섬’에서 피안을 찾고 싶어하는 아이들, 하지만 결국 세상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서로 간의 다툼, 와해와 치유를 액자소설 형식으로 그렸다.

소심한 성격 탓에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담이와 아버지의 폭력에 찌든 진규는 말로만 듣던 움직이는 섬을 찾아나선다. 파도에 휩쓸려 정신을 잃은 그들을 발견한 것은 먼저 섬에 들어온 아이들. 이들은 모두 어른들로부터, 가난으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밤례 할머니가 먹을 것을 몰래 가져다줄 뿐 섬에는 아이들밖에 없다. 섬을 탐험하고, 나무를 타고, 바다에서 수영하고, 모닥불을 피우며 아이들은 신나게 생활을 꾸려간다. 그렇지만 이들은 알고 있다. 상처가 치유되면 섬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다른 상처입은 아이들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험한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게 반가울 리 없다. 아이들 사이엔 섬에서의 생활방식을 두고 점차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좀 더 강한 체계와 규율을 강조하는 아이들과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점점 더 커지고 아이들의 숙소인 ‘궁전’이 누군가 지른 불에 모두 타버리고 만다. 주인공 담이가 범인으로 몰려 섬을 떠날 위기에 처하는데…. (2010.9.4)

할머니와 손잡고 산과 바다서 먹을거리 사냥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2년간 연재됐던 ‘할머니, 어디 가요’ 이야기를 묶어낸 것이다. 봄·여름·겨울편은 이미 나왔으므로 가을편 출간으로 완간됐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고 있는 일곱살 옥이. 옥이와 옥이 할머니는 산과 들, 갯벌과 바다를 내집처럼 드나들며 먹을거리를 장만한다. 옥이 할머니는 억척할멈이다. “가을 벌한테 쏘이면 약도 없다”며 마을 사람들이 말리지만 도라지를 캐러 기어이 산에 올라갔다 눈꺼풀에 벌을 쏘이고 만다. 눈이 퉁퉁 부어 자리에 누운 것도 달랑 하루. 이튿날 할머니는 옥이에게 “가자”라고 말한다. 갯벌에 ‘황바리’(작은 게의 한 종류)를 잡으러 나서는 옥이와 할머니. 이렇게 잡은 황바리로 게장을 담근 할머니는 역시 옥이를 앞세우고 시장에 내다 판다. 드디어 추석 전날. 서울에서 구두 공장에 다니는 아빠와 읍내에서 미용실을 하는 엄마가 왔다. 안그래도 풍성한 가을 먹을거리로 배가 부른 옥이는 제사상에 올라갈 음식에서 풍겨오는 달고 고소한 냄새에 또 배가 부르다.

콘크리트와 시멘트에 갇혀 사는 도시 어린이들에겐 딴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질 정도로 자연에서 실컷 보고, 먹고, 노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0.9.11)

백범할아버지께 배우니 현대사가 ‘쏙쏙’

김구.전태일.박종철이 들려주는 현대사 이야기 - 10점
함규진 지음, 돌 스튜디오 그림/철수와영희

역돌:안녕하세요, 백범 할아버지! 채팅으로 다시 뵙네요~.

백범:그래, 반갑구나, 역돌아. 허허허.

역돌:두번째 메일도 아주 좋았어요. 그런데 평양에 갔다가 돌아오실 때요. 그때 마음이 무척 안 좋으셨죠?

백범:그랬지…. 나는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조선말기의 부패를 보았고, 백성의 고통도 보았지. 그리고 일본의 침략과 나라의 멸망도 보았고. 하지만 가장 슬펐던 것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심으로 호소했는데도 통하지 않았던 그때였단다. 다시는 통일된 조국을 보지 못할 거라는 예감에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단다. 나라가 망할 때보다 더 서러웠어.

김구와 전태일, 박종철은 각각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국면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백범은 분단, 전태일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이를 위한 희생, 박종철은 민주화 운동과 연관된다. ‘역사’라고 하면 여느 아이들과 다름 없이 어려워하는 아이 역돌이가 어느날 인터넷 채팅방에 들어갔더니 자신을 ‘백범 김구’라고 소개하는 할아버지가 나타난다. 연이어 전태일형과 박종철형이 채팅방에 들어온다. 이날 이후로 한국 현대사를 주제로 하는 e메일이 백범·전태일·박종철로부터 배달되고 채팅이 이어진다.어린이용 역사책 시리즈가 간략하게 압축하거나 껄끄러운 부분은 건너뛰게 마련인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무대로 종횡무진의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분단과 전쟁, 독재와 경제성장, 민주화를 위한 노력 등이 가지는 의미를 어린이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2010.9.11)

이사 놀이도 지쳤어,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줘

이사 로봇, 우리 집을 옮겨 줘 - 10점
야다마 시로 지음, 오세웅 옮김/노란우산

하늘에서 비 대신 돼지가 내리고, 장난 삼아 쓴 ‘내일 일기’가 그대로 실현되는 등 엽기적이고 코믹한 상상력의 진수를 보여줬던 ‘동글이의 엽기 코믹 상상여행’ 시리즈 신간이다.


어느날 동글이네 가족에게 건설회사 사장이 찾아온다. 동글이네 집 밑에서 폭탄이 발견됐다면서 폭탄을 제거할 동안 이사를 가라고 권유한다. 당장 어디로 이사할지 난감해 하는 동글이네 가족에게 사장은 장소만 지정해주면 ‘이사 로봇’이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며 안심시킨다. 이사 로봇을 사용할 기회는 열 일곱 번.


장소만 지정해주면 어디로든 집을 옮겨준다고? 동글이네 가족 각자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다. 동글이는 나무 위, 엄마는 슈퍼마켓 안, 아빠는 강물 위, 동생 영글이는 물속으로 이사가자고 우긴다. 티격태격 공방전이 이어지자 건설회사 사장은 순서대로 이사를 해보라고 권유한다. 옳거니! 이제 동글이네 가족과 동글이네 집은 나무 위, 슈퍼마켓 안, 강물 위, 물속, 땅 밑, 심지어는 자유의 여신상 위와 날아다니는 비행기 위, 달리는 기차 위까지 기상천외한 곳으로 이사를 다닌다.

이사 놀이도 지친 동글이네 가족은 이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런데 이사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동글이네는 과연 정든 옛 집터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2010.9.18)

***요 책은 내 아이가 너무나 열광하는 시리즈다. 읽어주다보니 나도 빠졌다. 내가 접한 일본 동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각종 마법같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진다. 어떤 어린이 책 편집자 분에게 내 아이가 이런 류의 일본 동화책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아이가 감성적인 모양이라고 했다. 논리적이기 보다는 황당한 스토리에 몰입하는 감성 말이다.

봄볕을 맞아 땅굴을 박차고 나온 두더지의 숲속 모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10점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원재길 옮김, 로버트 잉펜 그림/살림어린이

‘갑자기 두더지가 솔을 냅다 바닥으로 패대기치며 외쳤다. “짜증나!” “어휴, 빌어먹을!” “봄맞이 대청소가 다 뭐야!” 두더지는 외투도 걸치지 않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올라가자! 올라가자!” 마침내 쑤욱! 햇볕 속으로 두더지의 주둥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1908년 처음 출간된 베스트셀러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첫 장면이다. 땅 속에 살던 호기심 강한 두더지가 불현듯 땅 위로 뛰쳐나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더지는 영리하고 재치 넘치는 친구 물쥐, 지혜롭고 마음이 따뜻해 강 마을 동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오소리 아저씨를 만난다. 두더지와 물쥐는 모험을 좋아하고 허풍이 심한 두꺼비와 함께 아슬아슬하면서도 유쾌한 여행을 떠난다.

멀게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가깝게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탄생시킨 영국 아동문학의 저력은 대단하다. 숲 속 동물들을 통해 우정과 모험, 평화와 자유를 일깨워주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역시 영국의 자존심이라 불릴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호주 출신으로 100권이 넘는 책에 그림을 그린 화가 로버트 잉펜의 그림이 담긴 이번 책은 100주년 기념판이다. 소설가 원재길이 내용을 축약하지 않고 충실하게 번역했다. (2010.10.2)


 

아이들에 ‘위기의 지구’ 구원할 착한 소비 가르치기

미래를 여는 소비 - 10점
안젤라 로이스턴 지음, 김종덕 옮김/다섯수레

사실1. 산업화된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보다 국민 1인당 자원을 훨씬 더 많이 소비한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처럼 생활한다면 아마도 지구 같은 행성 5개 이상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2. 미국의 10대 소녀들 가운데 99%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으로 쇼핑을 꼽는다.

사실3. 2010년 1월 기상청이 과거(1919~48년)와 최근 10년간(99~2008년) 24절기의 평균기온을 비교했더니 절기별 평균기온이 과거보다 섭씨 1~3도가량 높아졌다.

과도한 소비에 중독된 생활습관은 어린이·청소년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풍족하게 나고 자란 아이들은 어찌 보면 소비가 가져다주는 쾌감에 어른들보다 더 깊숙이 발목을 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이 불러올 위험을 미래세대에게 알리고 생활습관을 이른바 ‘착한 소비’로 바꿔주려는 교육도 강조되고 있다. 어른들이 벌여놓은 사태를 떠넘기는 모양새가 우습기는 하지만 미래세대의 인식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자원낭비와 환경파괴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것은 미래세대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어린이 과학책 저술가가 쓰고, 슬로푸드와 로컬푸드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종덕 경남대 교수가 편역한 이 책은 무절제한 소비로 인한 에너지 고갈, 환경파괴, 기후변화 등을 망라하고 이를 막기 위한 방안도 설명하고 있다. 번역서이지만 한국의 실정을 편역자가 집어넣었다. ‘청소년 에코액션’ 시리즈 첫 권으로서 <미래를 여는 건축> <미래를 여는 에너지>도 곧 나올 계획이다. (201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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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

일삼아 보는 것이긴 하지만 요새 청소년을 독자층으로 쓰여진 소설을 읽으며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 성인인 내가 읽는 청소년 책 읽기의 재미와 장점은 대략 세가지다. 첫째, 짧다. 매우 긴 장편도 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은 대체로 두어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둘째,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는 모두 갖췄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소설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등장인물의 갈등과 연속되는 사건, 이로 인한 긴장과 결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등 우리가 소설에서 얻는 재미와 즐거움의 요소는 모두 갖췄다. 셋째, 지나친 감정의 소모를 피할 수 있다. 일반 소설은 길이와 소재에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극단까지 몰고가는 경우가 많다. 묘사와 서술이 필요 이상으로 긴 경우도 있고. 그런데 어린이, 청소년 소설은 대상 독자층이 아무래도 어리기 때문에 극단적인 설정은 피하게 된다. 이것은 성인 독자로 하여금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겠으나, 나의 경우엔 솔직히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소년과 바다>라는 이 작품 역시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집어들었다가 꽤 쏠쏠한 재미와 감동을 얻었다. 나는 색이 '영어와 영 머~언과' 출신인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소설이 아니라 오래전 명화극장으로 감상했다.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앤서니 퀸의, 뭐랄까, 묘사하기 힘든데, 여하튼 인상깊은 표정이 압권인 그 영화 말이다.


성장소설에다, 모험소설, 그리고 흔치 않은 해양소설이라는 여러가지 요소가 겹쳐 있다. 작가 스스로가 이 소설을 <노인과 바다>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힌 모양이다. <노인과 바다>는 시들어가는 늙은 어부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과시하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는 쓸쓸함 같은 것을 보여주지만, <소년과 바다>는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그러나 미숙한 태양 같은 소년이 고난과 시련을 헤치며 성취를 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작품이 마치 거울에 맺힌 상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작살꾼 어부의 아들이 벌이는 참다랑어와의 사투

소년과 바다 - 10점
로드먼 필브릭 지음, 이정옥 옮김/우리같이

작가가 한때 부두 노동자로 일하면서 배를 만들었던 체험에다 헤밍웨이를 기리는 마음을 더해 만든 청소년 소설이다. <소년과 바다>란 제목 자체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의식하고 쓰였음을 암시한다.

열두살 소년 스키프는 아빠 ‘빅’ 스키프와 함께 산다. 뛰어난 뱃사람이었던 아빠는 엄마가 죽은 뒤 실의에 빠진 나머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것 외엔 아무 일도 안한다. 심지어 아빠가 몰던 배 메리 로즈호가 낡아서 가라앉았다고 해도 무반응이다. 스키프는 혼자서 배를 건져올리려고 용을 쓴다. 배 만드는 기술자 우드웰 할아버지가 도와 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지만 바닷물에 잠겼던 엔진을 고치려면 5000달러나 든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빠가 이 소릴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자 스키프는 아빠가 아홉살 생일 선물로 만들어준 3m짜리 작은 배로 가재를 잡아 수리비를 벌기로 한다. 아빠가 쓰던 덫을 이용한 가재잡이는 순조로운 듯싶지만 악당 타일러 녀석의 훼방 때문에 200개나 되는 덫을 모두 잃어버린다.

스키프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배 한 척이 항구에 들어온다. 선장이 우연히 잡은 커다란 참다랑어가 6000달러 넘는 가격에 팔린다. 눈이 번쩍 뜨인 스키프는 작은 배를 타고 참다랑어가 잡힌다는, 수십㎞ 떨어진 먼 바다로 향한다. 스키프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3m가 넘는 거대한 참다랑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솜씨 좋은 작살꾼이었던 아빠의 피를 물려받는 스키프가 힘차게 던진 작살은 그 녀석에게 가서 꽂힌다.

그러나 잠깐 방심한 사이 밧줄이 스키프의 손에 감기고 스키프는 바다에 빠져 참다랑어에게 끌려가는데…. (2010.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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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

나는 왜 이토록 생태 세밀화에 끌리는걸까? 시골 출신이어서 몸속에 자연의 DNA가 도시내기보다 강하게 각인돼 있는데 도시에 살다보니 자연을 자주 접하지 못해서 그런걸까? 이 책은 본격 생태세밀화와 수채화의 중간쯤이다. 세밀화에 포인트를 두기 보다는, 풀들의 한살이를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는데 포인트를 뒀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오늘 점심을 먹으러 갔던 식당에 커다란 화분이 하나 있었는데 강아지풀이 한가득이었다. 주인에게 일부러 강아지풀을 키운건지, 방치했는데 그렇게 된건지 묻는다는게 까먹고 그냥 나왔다. 둘레가 사람 한품 정도 되는 커다란 화분에 강아지풀이 가득 담겨 있으니 그것도 나름 볼만한 풍경이었다. 울트라 캡숑 블로거라면 그걸 찍어다 블로그에 올리고 했을텐데, '디지털 이주민'이다보니 그럴 마음은 별로 안들었다.

철따라 고운 옷 입는 들풀 만나러 가자

풀이 좋아 - 10점
안경자 글.그림/보리

어린이에게 생태 그림책을 자주 보여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과거보다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지만 유독 동식물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시기가 있다. 책으로나마 간접경험을 자주 하면 집 근처 화단이나 길섶, 또는 여름캠프에서 동식물을 직접경험을 했을 때 아이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아이에 비해 다를 수밖에 없다.

생태 세밀화는 생물의 생태를 기록·묘사하기 위해 오랫동안 애용된 방식이다. 수채화 그림이 대상의 특징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식물 관찰일기를 세밀화로 표현한 <풀이 좋아>는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2년간 연재됐던 것이다. 그림은 세밀화와 수채화의 중간쯤이다. 대신 풀의 한살이, 이름에 얽힌 이야기 등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꽃을 피워 봄을 맞이한다는 봄맞이꽃, 빨갛게 먹음직스럽지만 고약한 이름이 붙은 뱀딸기, 짐승 털에 붙어 씨앗을 퍼뜨리는 도꼬마리, 잎을 땅에 바짝 붙이고 겨울을 나는 로제트 등 80여가지 들풀을 사계절로 분류해 설명했다. 어린이 화자가 그림일기 형식으로 해당 식물을 먼저 소개한 다음 시원한 수채화 세밀화가 등장한다. 수채물감으로 해당 식물을 그리는 법까지 알려준다. (20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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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