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곱고 성실한 농부와 금덩어리'는 우리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이다. 여기에 욕심 많고 게으른 형, 또는 부잣집 농부가 대립항으로 곧잘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런 플롯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하지만 노모를 깎듯하게 모시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가 있다. 그는 여느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차려 어머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지게에 농기구를 지고 밭으로 향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 소 한마리 없이 밭을 갈아야 하는 농부의 얼굴엔 금새 땀방울이 흐른다. 한참 괭이질을 하고 잠시 허리를 펴고 쉬기를 반복하는 농부. 밭 중간쯤 왔을 때 힘차게 땅을 향해 내리 꼿은 괭이 끝이 뭔가 딱딱한 물체와 부딪치면서 생긴 진동이 농부의 손으로 전달된다. 다시 한번 괭이질을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농부는 '이 밭에 이렇게 큰 돌덩어리가 묻혀 있었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덩어리를 파내기 위해 돌덩어리 주변 흙을 파낸다.

잠시 주변 흙을 파내자 묻혔던 물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른 머리만한 금덩어리가 번쩍번쩍 빛을 내며 묻혀 있는게 아닌가? 놀란 농부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나자빠진다.

그 뒤 이야기는 어렸을 적 동화를 좀 읽은 사람들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스토리는 금덩어리를 파낸 농부는 노모와 함께 잘 먹고 잘 살아가는데, 배가 아픈 이웃의 부자는 이 금덩어리를 빼앗기 위해 꾀를 냈다가 성공하는듯 하다가 제꾀에 넘어가 낭패를 본다. 이런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는 옛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신기한 독>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금덩어리 대신 물건을 하나 넣으면 화수분처럼 같은 물건이 끝도 없이 나오는 '신기한 독'이 나온다.

신기한 독 - 10점
홍영우 글.그림/보리

변형된 스토리도 있다. 농부가 금덩어리를 파내 잘 먹고 잘 살게 되자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낭비하고 노모를 팽개쳤다가 하늘이 내려준 행운을 허망하게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단물 고개>다. 이 이야기에서는 금덩어리는 나오지 않지만 너무도 시원하고 맛이 좋은 샘물이 성실한 청년에게 발견되지만, 욕심이 생긴 청년이 단물이 나오는 샘을 깊이 파버리면서 샘물이 말라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하고 비슷하다.

단물 고개 - 10점
소중애 글, 오정택 그림/비룡소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금덩어리가 한개도 아니고 무더기로 '발굴'됐다. 처음 밭에서 묻어뒀던 돈뭉치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왔을 땐 그저 해프닝으로 치부됐지만 10억원, 20억원씩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밭 주변에 사람들이 삽과 괭이를 들고 몰려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부터, 그 마늘밭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을 것이란 얘기, 마늘이 한순간에 김제의 특산품이 됐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김제 마늘밭 돈뭉치 사건'은 호사가들의 입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밝혀진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땅엔 더이상 마음씨 곱고 효성 지극하고 부지런한 농부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농부가 있었다면 김제 마늘밭에 묻혔던 100억원이 넘는 현금은 그에게 발견됐고, 덩달아 그의 노모도 호강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제 마늘밭의 돈뭉치는 괭이가 아니라 경찰이 동원한 포클레인에 의해 발굴됐고, 발굴된 돈은 가난하지만 마음씩 착한 농부를 부유하게 해주는 대신 국고로 귀속되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렇게 안타까워 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사림들이 이번 김제 마늘밭 돈뭉치 사건을 보면서 '역시 옛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어 마음씨를 곱게 먹고, 노모를 공경하며, 열심히 밭을 일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 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아버지가 게으른 아들에게 "과수원 어딘가에 금덩어리를 숨겨 놓았다"고 유언을 하고 아들은 금덩어리를 찾기 위해 과수원 곳곳을 파헤치는 바람에 농사가 잘 돼 부자가 됐다는 얘기가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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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

잊을만 하면 연례행사처럼 직업별 평균수명에 관한 기사가 나온다. 지난주 초에도 원광대 김종인 교수팀이 11개 직업군에 대한 평균수명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눈길은 끌지만 직업별 평균수명은 이미 우리에게 대강의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종교인이 단연 장수하는 그룹으로 오래 전부터 조사돼 왔고, 교수와 기업인 등등도 장수하는 그룹으로 분류돼 왔다.

그런데 직업별 평균수명에 대한 통계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정치인 그룹이다. 대체로 일반인들이 인식하기에 정치인은 스트레스도 심하고, 때로는 몸싸움도 불사해야 하는 '험한' 직업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치인은 두번째로 장수하는 직업군이다. 앞서 나왔던 여러 통계에서도 정치인은 장수하는 직업군으로 종교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번에 나온 원광대 김종인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종교인의 뒤를 이었다.

종교인 1위, 언론인 꼴찌…직업별 수명

우리나라에서 장수하는 직업군은 ‘종교인’인데 반해 단명하는 직업군은 ‘체육인·작가·언론인’으로 집계됐다. 특이 두 직업군 간의 수명 차이는 무려 13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 보건복지학부 김종인 교수팀은 1963년부터 2010년까지 48년동안 언론에 난 3215명의 부음기사와 통계청의 사망통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국내 11개 직업군별 평균수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이 분류한 직업군은 종교인(승려·신부·목사 등), 연예인(배우·탤런트·가수·영화감독), 정치인(국회의원·시도지사 등), 교수, 고위공직자(장관·차관·정부기관 관료 등), 기업인(기업 회장·임원 등), 예술인(도예·조각·서예·음악 등), 체육인(운동선수·코치·감독 등), 작가(소설가·시인·극작가 등), 언론인(기자·아나운서), 법조인(판사·변호사·검사) 등 11개 그룹이다.

분석 결과 전체 직업별 평균 수명은 종교인이 80세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정치인(75세), 교수(74세), 기업인(73세), 법조인(72세), 고위공직자(71세), 연예인·예술인(각 70세), 체육인·작가·언론인(각 67세) 등의 순이었다.

특히 최장수 직군인 종교인의 80년대 평균수명 80세와 작가의 80년대 평균수명 61세를 비교하면 수명 최대 편차가 19세에 달했다.

이처럼 종교인이 장수하는 이유로 신체적으로 규칙적인 활동과 정신수양, 정신적으로 가족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고 과욕이 없음, 사회적으로 절식, 금연, 금주의 실천, 상대적으로 환경오염이 적은 곳에서의 생활 등이라고 연구팀은 꼽았다. (경향신문 4월4일자 보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상당 기간을 정치부에서 근무했기에 일반인보다는 나름 정치인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때도 이런 류의 통계가 나와서 개인적으로 왜 그럴까 궁금해하면서 이유를 따져봤던 적이 있다. 그리고 나름의 연구와 관찰을 통해 정치인들이 오래 살 수 있는 이유를 꼽아봤다.

먼저 정치인이 매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는 사실은 틀림 없다. 4년 마다 돌아오는 선거를 보자. 선거를 앞두고 벌여야 하는 공천경쟁의 스트레스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나는 18대 국회의원 공천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나 같이 배짱 약한 사람은 정치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생각해보라. 지역구 공천을 받기 위해 4년 내내 지역구를 갈고 닦았는데 당에서 전략공천이랍시고 명망가를 꼿아버리면 일순 쫓던 개가 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해당 지역구를 튼튼히 지킨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그 자리를 노리는 신인들의 도전은 거셀 수 밖에 없다. 어렵사리 공천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본선에서의 경쟁은 말 그대로 피가 튀기고 살이 탄다. 상투적으로 말해서 총만 안들었지 전쟁 그 자체이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 후보가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심할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설명해도 상상이 안된다.

익히 알듯이 스트레스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그 양은 줄어들지만 스트레스 자체가 없어지진 않는다. 그런데 왜 정치인은 오래 살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발견한 비밀의 열쇠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누가 콘트롤하느냐이다. 아무리 극한의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라하더라도 주체가 어떤 자세로 그 상황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정치인은 바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각종 모임과 회의, 식사 등 스케줄이 빡빡하다. 이처럼 바쁜 생활이 건강에 그리 좋을리 없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이처럼 바쁜 스케줄을 다 소화하면서도 '정신건강'을 지키는, 오히려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이 있다. 바로 내가 그 모임의 주인 또는 주인공이 되면 된다. 근데 모든 모임에서 내가 주인공이 될 순 없는 법이다. 그럴 경우는? 상관 없다.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적에도 내가 지켜본 바로는.

또하나, 정치인은 좋게 말하면 공명심, 비꼬아서 말하자면 자기합리화의 천재들이다. 주변의 상황이 아무리 험악해도 자기 중심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대처방식을 생각해낸다. 어떤 정치인에 대해 주변에서 아무리 '또라이'라고 욕을 해도, 본인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 이처럼 자신이 고결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일례로 지난 대선에 나왔다가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던 어떤 정치인이 있다. 그는 지난 대선이 세번째 도전이었다. 대선이 끝나고 좀 지난 뒤 그는 자신을 '마크'했던 기자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첫번째와 두번째 도전에선 거의 당선이 가능할 수도 있었던 거물급이었지만 세번째엔 워낙 형편이 없었던지라 분위기는 맥이 빠졌고, 기자들의 질문도 겉돌기 일쑤였다. 급기야 한 기자가 "다음번에도 출마하실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당연하다는듯 말했다. "국민이 원한다면 당연히 나가야지." 가정법을 동원한 말이었지만 실은 국민들이 자신을 '심하게' 원하고 있다는 확신에 찬 말투였다. 대선에서 3%의 지지도 못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국민이 자신을 원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고 아마 지금도 그럴거다.

또 한가지. 정치인은 크건 작건 권력이 있다. 시쳇말로 대통령은 감기도 안걸린다는 말이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해 말 예산안 날치기를 항의하기 위해 여러날을 노상에 천막을 치고 찬바닥에서 잤다. 어떤 기자가 그의 체력을 감탄하자 그 말을 들은 어떤 당직자는 말했다. "나도 대표 시켜주면 1년 내내 눈밭 위에서라도 자겠다”고. 권력이 그만큼 좋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이 역시 정치인을 오래 살게 해주는 요소일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래 살고 싶으면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인가?

참고로 정치인과 친하지만 처지가 완전 딴판인 그룹이 바로 언론인이다. 언론인이 꼴찌 그룹에 속한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오래 살려면 술 좀 줄여야 할텐데. 쿨럭. ㅠㅠ) 사실 내가 봐도 언론인 선배들은 외모 자체가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조로한다는거다.
 
언론인은 왜 오래 살지 못할까? 정치인과 정반대의 메카니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매일 매일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기자들은 시간의 노예이다. 물론, 기자 사회에서도 정치인의 습성을 타고난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종을 위한 경쟁, 낙종에 대한 공포는 꽤나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법조 출입을 오래한 어떤 선배는 한창 큰 사건이 굴러가고 있을 땐 아침에 경쟁지를 집어들기가 겁이 났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기자는 목숨을 담보로 내놓고 일하는 직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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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



시인과 국회의원. 미녀와 야수라는 말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그럴듯한 짝이 되는 말 같기도 하다. 권력의 법칙이 작용하는 현실정치의 수렁에 깊숙히 발을 딛고 있는 국회의원과 '창백한' 얼굴의 시인은 서로 상극인 것처럼 보이지만, 극단에 서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고뇌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양자는 서로 통할지도 모른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의원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작성을 위한 상임위를 거부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밤사이 작성을 했다면서 글 한편을 낭독했다.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김영환 의원은 시집을 7권이나 낸 시인이다. 스스로가 정치인이 되지 않았으면 전업시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내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
(※이 제목은 넬슨 말델라가 감방에 걸어두었던 시였던 ‘인빅터스’에서 따왔다고 한다.)

추서(推恕)

이 말은 남을 용서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들여다 보면서 자기와 마주보고 있는사람을 섬기라는 말로
다산이 말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 잘못된 인사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왜냐하면
내 안에 부동산투기의 마음이 있고 세금 탈루의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말 농장에 대한 꿈이 있고 강남 아파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남보다 뛰어난 능력에 대한 과신이 있고 국민과 맞설 용기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신의 손을 관용이라는 마음으로 당장 잡지 않는 것은
내 안의 부정과 독선의 독버섯이 오연하기 때문입니다

어둑 새벽에 일어나 열세번이나 나라의 부름을 받고도 나아가지 않은 남명 조식을 생각합니다.
출측유위 처측유수出側有爲 處側有守((나아가면 하는 바가 있어야 하고 물러나면 지킴이 있어야 한다)
나아갔으나 하는 일이 없는, 물러나서도 지키는 바가 없는 나를 타이르는 말이 왜 아니겠습니까?

오늘 당신들의 따스한 손으로 맞 잡지 못하는 것은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나라를 거짓의 묵정밭에 세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창조와 도전의 내 아이들의 미래를
나와 우리 부모들의 투기와 부정위에 세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거짓이 다른 거짓을 낳는 우리들의 더러운 손을
자기 반성과 성찰의 뜬봉샘에 씻지 않고는 새로운 상상력의 강은 흐르지 않습니다.

"네 탓이오" 위에서 "생각의 창고"는 열리지 않습니다.
‘모르쇠’는 자기 성찰 의 문을 닫아 거는 자물쇠입니다.

자기만이 옳다는 소신으로 무장한 로마군단으로는
창조와 도전의 지식경제가 열리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격정에 놀라 손을 놓을 착한 우리들의 공무원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잘못된 일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내 안에 똑 같은 광기와 탐욕이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결별을 결의 하기 위해 부정과 투기와 독선의 고무줄을 턱 놓아 버리기 위해
오늘 저는 그들만의 축제에 참여 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이 나와 우리를 지키는 일이라 믿습니다.
뭐니 뭐니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입니다

최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날선 비판과 비난이 한바탕 쏟아지고 난 다음에 낭독되는 김 의원의 글, 아니 시. 의원들의 '워딩'을 습관적으로 워드프로세서에 받아치기에 바빴던 기자들의 손가락이 잠시 자판 위에서 갈곳을 몰라 헤맸다. 잠시 눈을 들어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의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엄숙했다.

그런데 이날 회의장엔 열혈 시인이 한명 더 있었다. 그는 화가이기도 한데 바로 민주당 김재균 의원이다. 국회 본청에 있는 민주당 원내대표실엔 김 의원이 그린 꽤 큼직한 유화 액자가 한점 걸려 있다. 풍경화인데 인상주의 풍이다. 광주의 구청장 출신인 김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인 2001년 첫 시집을 냈고 국회의원이 되고난 뒤인 2009년에 두번째 시집 <장수풍뎅이를 만나다>를 내기도 했다.

김재균 의원이 정치인 시인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은 역시 국회의사당 내 '현장'에서다. 지난해 12월 예산안 날치기가 연이서 세번째 이뤄진 예산안 날치기였다. 김 의원은 2008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처음 국회의원이 됐는데 그해 말에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숙식을 안에서 해결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점거 4일째 되던 날 아래의 시를 썼다며 의원들 앞에서 낭송 했다. 당시 나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기 때문에 현장에 있지는 못했지만 당시 이 시가 의원들 사이에서 꽤 낭송됐다고 한다.

<인간사슬>
국회의원 · 시인 김재균

나는 너에게 묶이고
너는 그에게 묶임으로써
우리는 인간사슬이 되었다

어둠이 깊어가는 동안
고립당한 국회의사당 속에서
민주주의의 죽음을 예감하는
뜨거운 숨소리

서로에게 기꺼이 묶임을 당하면서
죽거나 혹은 사는 일에 대하여
더불어 함께 감응하는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간사슬은
혼자 버려짐을 두려워하기보다
서로의 몸과 마음을 결속하는 거룩한 의식.

성기고 질긴 그물을 짜는 일이다
쉽게 찢기거나 해체당하지 않기 위하여
그물코를 엮는 소중한 희생이다

반민주 친재벌의 꼭두각시,
너희 불의한 권력과
역사를 무시하는 교만으론
땀과 눈물이 흥건히 배인
인간사슬의 촘촘한 그물 끊을 수 없다

지금 절명의 순간, 오늘
死卽生의 각오로 껴안는
민주주의 死守
天命이다! 天命이다! 天命이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7월쯤 한나라당의 윤석용 의원이라는 분이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기사도 검색된다.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은 장애인으로서 한의사이자 빈민운동가 출신이란다. 정치에 입문해서도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없어 시를 써서 문예지에 투고했단다.

"광화문에 지나다니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세명 중 한명은 시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시인이 많다는거다. 여기서 말하는 시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전업시인 외에 시를 써서 이러저러한 경로로 발표하고, 타칭 자칭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정확히는 알수 없으나 시인협회에 가입한 회원수도 수만명에 이르고 각 자치단체별로 지부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이 동인지도 내고 한다.

정치의 세계는 우리에게 촘촘한 그물망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빈틈없이 치밀한 전략과 전술 같은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시의 세계는 여백의 이미지에 가깝다. 절제된 언어의 여백에 담긴 무한세계 말이다. 정치와 시, 정치인과 시인은 그래서 매우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 된 시인들, 시인이 된 국회의원들은 양자가 서로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더 날선 언어를 고르느냐의 경연장이 되고 만 정치의 세계. 시인 정치인들의 '시로 하는 워딩'은 솔직히 기사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지만 잠시 숨을 돌릴 여유를 안겨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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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

4년 마다 한번씩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국회는 집권당이 누구인가, 다수당이 누구인가, 여소야대인가 아니면 여대야소인가, 의석분포가 양당구도인가 다당구도인가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큰 틀에서 구조와 성격이 구성된다. 초선의원 비율이 얼마나 높은가 같은 요소도 사소해 보이지만 해당 국회의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집권당은 집권당으로서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과 자신들이 총선에서 내건 공약을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고, 야당들도 마찬가지다. 공약을 완수하기 위한 수단은 바로 국회의 고유 권한인 법률 제정 또는 개정과 예산에 대한 통제다. 특히 법률 제정권은 국회 고유의 권한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의 1차적인 성과는 법률 제정 또는 개정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므로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보통 국회의원의 책임성(accountability)이 너무 낮다고 불평하곤 한다. "선거 때만 뻔질나게 찾아와서 고개 숙이고 하더니만 선거가 끝나고 나니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불평이 대표적이다. 유권자인 자신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제멋대로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국회의원들을 보면 개인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지역구 유권자들의 뜻을 수렴하고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들 한다.

국가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요구가 어떠한지 청취해서 법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4년마다 구성되는 국회마다 쟁점이 됐던 법률들을 보면 일종의 시대정신이랄까, 아무래도 칼자루를 쥐게 마련인 집권여당의 정치적·정책적 의지 같은 것을 엿볼 수 있다.

2008년 총선을 거쳐 구성된 지금 국회가 18대 국회인데, 이른바 '탄핵역풍' 끝에 구성된 17대 국회를 예로 들어보면, 당시 열린우리당이 내세웠던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이 뜨거운 쟁점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진상 규명법 제정, 사립학교법 제정, 언론 개혁법 제·개정 등이 그것이다. 특히 사립학교법은 야당인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장외투쟁을 하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갔던 법안이었다.

그리고 17대 국회에서 뜨거운 쟁점이었던 법이 바로 종합부동산세법이다. 건물과 토지 등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총액을 합산(공시지가 기준)해서 6억원이 넘을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매긴다는 내용이었는데 조세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종합부동산세에 '세금폭탄'이라는 섹시한 레떼르를 붙였고, 실제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은 전체 인구 가운데 3%에도 미치지 않았지만 대중적인 반감이 일거에 확산됐다. 17대 국회 내내 종부세 전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18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종부세법은 과세기준이 9억원으로 대폭 상향되고, 부동산 합산 기준도 부부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헐거워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그럼 현재 국회인 18대 국회를 대표하는 법률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축전염병예방법'이 그 목록의 윗부분에 올려져야 할 것이다. 좀 생뚱맞지만 '가축의 전염성 질병이 발생하거나 퍼지는 것을 막음으로써 축산업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18대 국회 최대의 쟁점법안이었던 것이다. 가축 전염병 예방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축산업 발전가 공중위생의 향상이 소홀하게 취급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생뚱맞지 않은가?

시계를 돌려 2008년으로 돌아가보자.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온나라가 몸살을 넘어 거의 패닉 상태의 진통을 겪었다. 광화문 네거리를 컨테이너 산성으로 막았던 이명박 대통령이 마지못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해야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산 쇠고기 개방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엎질러진 물을 그나마 수습하기 위해 국회게 내놓은 대안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이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광우병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 30개월 이상 위험물질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사후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당시 이 법을 만들 때도 진통이 심했다. 야당은 최대한 안전판의 수위를 높이고자 했고, 여당인 한나라당은 헐겁게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당시 개정된 법률로 신설된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가축전염병예방법 2008년 9월11일 일부개정

제2조(정의)
<신 설>
6. “특정위험물질”이란 소해면상뇌증 발생 국가산 소의 조직 중 다음 각 목을 말한다.
가. 모든 월령(月齡)의 소에서 유래한 편도(扁桃)와 회장원위부(回腸遠位部)
나. 30개월령 이상된 소에서 유래한 뇌·눈·척수·머리뼈·척주
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소해면상뇌증 발생 국가별 상황과 국민의 식생활 습관 등을 고려하여 별도로 지정·고시하는 물질
 
제32조(수입금지)
<신설>
3. 소해면상뇌증이 발생한 날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국가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신설>
4. 특정위험물질

<신 설>
 제32조의2(수출국에 대한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 ①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제34조제2항에 따라 위생조건이 이미 고시되어 있는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이 추가로 발생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에 대한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②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수입을 중단하거나 이를 재개하려는 경우 제4조제1항에 따른 중앙가축방역협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제34조(수입을 위한 검역증명서의 첨부)
<신 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최초로 소해면상뇌증 발생 국가산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수입하거나 제32조의2에 따라 중단된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재개하려는 경우 해당 국가의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의 수입과 관련된 위생조건에 대하여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단어들이 여럿 눈에 띄지 않는가?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그 뜨겁고 치열했던 2008년이 이 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가축전염병예방법은 그리 자주 개정되는 법이 아니다. 1961년 제정됐으므로 올해 만 50년이 된 법인데 그간 18번 개정됐다. 그중 타법개정에 의한 개정, 다시 말해 이 법의 내용은 크게 변한게 없는데 다른 법이 개정되면서 일부 개정된 것이 6차례 있었고, 법조문 전체가 개정된 것은 2차례 있었다. 제정된 다음 20년이 지난 다음에야 처음으로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법의 연혁은 다음과 같다.

■가축전염명예방법 제개정 연혁

1.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10.11.26] [법률 제10310호, 2010.5.25, 타법개정]
2.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10.12.30] [법률 제10244호, 2010.4.12, 일부개정]
3.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10.12.30] [법률 제9959호, 2010.1.25, 일부개정]
4.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08.9.11] [법률 제9130호, 2008.9.11, 일부개정]
5.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08.2.29] [법률 제8852호, 2008.2.29, 타법개정]
6.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08.2.4] [법률 제8587호, 2007.8.3, 일부개정]
7.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05.7.1] [법률 제7434호, 2005.3.31, 일부개정]
8.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03.6.27] [법률 제6817호, 2002.12.26, 전부개정]
9.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01.7.27] [법률 제6379호, 2001.1.26, 일부개정]
10.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01.1.1] [법률 제6305호, 2000.12.29, 타법개정]
11.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2000.3.1] [법률 제6224호, 2000.1.28, 일부개정]
12.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1999.7.1] [법률 제5952호, 1999.3.31, 일부개정]
13.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1998.1.1] [법률 제5453호, 1997.12.13, 타법개정]
14.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1996.8.8] [법률 제5153호, 1996.8.8, 타법개정]
15.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1995.7.6] [법률 제4885호, 1995.1.5, 일부개정]
16.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1995.1.1] [법률 제4796호, 1994.12.22, 타법개정]
17.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1985.4.1] [법률 제3762호, 1984.12.31, 일부개정]
18.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1982.7.2] [법률 제3548호, 1982.4.1, 전부개정]
19.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1961.12.30] [법률 제907호, 1961.12.30, 제정]

그런데 가축전염병예방법이 다시 한번 개정될 예정이다.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과 관련해서 현재 지자체가 책임지고 있는 살처분 및 방역 비용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피해를 본 농가와 주변 상가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방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 13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19번째 개정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옛날부터 '가축'과 이러저러하게 얽혀 살아가고 있다. 직접 키우지는 않더라도 정육점에서 마트에서 가축의 몸을 사서 먹으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축전염병예방은 중요한 일이고 그에 관한 법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18대 국회 최대의 쟁점법안이 가축전염병예방법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생뚱 맞다. 우발적으로 등장해 18대 국회의 시대정신이 됐다고나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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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주름

18대 총선을 거쳐 2008년 가을까지 국회를 출입하다가 2년여만에 국회로 돌아오니 소소한 변화들이 눈에 띈다. 국회 기자실 구조도 조금 바뀌었고, 제2의원회관이 건설되고 있으며, 의원동산에 한옥 양식으로 영빈관도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18대 국회의원들의 면면도 조금 바뀌어서 낯설다는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일반 시민들은 일반 국회의원들의 면면에 대해 관심을 덜 가지게 되는데 '일반시민' 신분이었던 지난 2년여간 나도 신경을 덜 쓰다보니 이름과 얼굴이 연결이 안된다거나 아예 이름이 생소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서 금배지를 달았던 사람들 가운데 2년 반정도 흐른 지금 신분에 변화가 있는 경우를 모아봤다. 솔찮하다. 보는 분들도 생소한 이름들이 많을 것이다. 사진을 첨부할까 했지만 '초상권 침해'라며 귀찮게 할까봐 그만뒀다. 얼굴이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찾아보시길. 그러실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

아래에 명단과 사유를 보면 알겠지만 국회의원 신상변화는 몇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가 의원직을 상실하는 경우다. 현행 선거법상 국회의원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 배우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역시 100만원 이상의 벌금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아도 의원직을 상실한다.

두번째는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 정진석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등 입각하는 경우 스스로 의원직을 반납했다. 한국은 의원이 내각에 들어가더라도 의원직 사퇴가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재오 의원, 진수희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을 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경우도 있다. 이건 의무사항이다.

세번째는 소속 정당이 바뀌는 경우다. 지난 총선은 여야 모두 물갈이 바람이 거셌고, 특히 한나라당은 친이, 친박 사이의 갈등 때문에 친박 성향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반발하는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거 당선됐으며 다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에서도 결격 사유 때문에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다른 이유로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당선된 사람들이 역시 선거 때 약속한 대로 민주당에 입당한 사례가 좀 있다. 공교롭게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각각 맡고 있는 김무성 의원과 박지원 의원이 모두 이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 정치인들이 '친박연대'라는 희안한 이름의 정당을 창당해 상당수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당은 공식적으로는 한나라당과 합당을 했다. 그런데 비례대표 의원들은 따라가지 않고 '미래희망연대'로 이름을 바꾸면서 남았다. 그래서 남은 의원 전원이 소속정당도 변경됐다. 반대로 탈당 또는 출당으로 인해 당적이 무소속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당적변경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현재 무소속인 이인제 의원에 관한 것이다. 그는 그간 9번 정도 당적이 바뀌었는데 잦은 탈당도 원인이지만 소속 정당이 다른 정당과 합당하거나 분당되는 일도 잦았다. 그가 민주당을 탈당하자 당적변경 9번째라는 기사가 떴는데 이 의원측에서는 철새라서가 아니라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당이 분당, 합당한 경우가 많아서 그랬다는 취지이 해명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었다.


**각각의 소속 정당은 18대 총선에서 당선되던 때를 기준으로 함.

<한나라당>
■구본철(부평구을)/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사전 선거 운동 및 허위 이력 기재 등)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윤두환(울산북구)/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박종희(수원시장안구)/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사전선거운동)
→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임태희(성남시분당구을)/의원직 사퇴·대통령 실장에 임명
 →내년 4월 보궐선거 예정

■강용석(서울 마포구을)/성희롱 발언으로 출당. 현재 무소속

이계진(원주시)/의원직 사퇴·강원지사 출마
 →민주당 박우순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허범도(양산시)/의원직 상실·회계책임자의 선거법 위반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박희태(양산시)/탈당·국회의장 출마. 현재 무소속

임두성(비례대표)/의원직 상실·특가법상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이두아 의원(비례대표)이 승계

정진석(비례대표)/의원직 사퇴·대통령 정무수석 임명
→김성동 의원(비례대표)이 승계

이달곤(비례대표)/의원직 사퇴·행정안정부 장관 임명
→최경희 의원(비례대표)이 승계

<민주당>
■송영길(인천 계양구을)/의원직 사퇴·인천시장 출마
→한나라당 이상권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이광재(태백시영월군평창군정선군)/의원직 사퇴·강원도지사 출마
→민주당 최종원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이용삼(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사망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이시종(충주시)/의원직 사퇴·충주시장 출마
→한나라당 윤진식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김종률(증평군진천군괴산군음성군)/의원직 상실·배임수재
→민주당 정범구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김세웅(전주시덕진구)/의원직 상실·선거법 위반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정동영/민주당 입당

■최철국(김해시을)/의원직 상실·정치자금법 위반
→4월 보궐선거 예정

■정국교(비례대표)/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김진애 의원(비례대표)이 승계

<자유선진당>
■박상돈(천안시을)/의원직 사퇴·충남지사 출마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심대평(공주시연기군)/탈당·국민중심연합 창당

<친박연대>
■박대해(대구 연제구)/한나라당과 합당

■홍사덕(대구 서구)/한나라당과 합당

■박종근(대구 달서구갑)/한나라당과 합당

■조원진(대구 달서구병)/한나라당과 합당

■홍장표(안산시상록구을)/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김일윤(경주시)/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무소속 정수성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양정례(비례대표)//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김정 의원(비례대표)이 승계

■서청원(비례대표)/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김혜성 의원(비례대표)이 승계

■김노식(비례대표)/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윤상일 의원(비례대표)이 승계

■송영선(비례대표)/미래희망연대로 당명 개정

■김을동(비례대표)/미래희망연대로 당명 개정

■정하균(비례대표)/미래희망연대로 당명 개정

■정영희(비례대표)/미래희망연대로 당명 개정

■노철래(비례대표)/미래희망연대로 당명 개정

<창조한국당>
■문국현(서울은평구을)/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이한정(비례대표)/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유원일 의원(비례대표)이 승계

<무소속>
■유기준(부산서구)/한나라당 입당

■이진복(부산동래구)/한나라당 입당

■김무성(부산남구을)/한나라당 입당

■김세연(부산금정구)/한나라당 입당

■유재중(부산수영구)/한나라당 입당

■이해봉(대구달서구을)/한나라당 입당

■이경재(인천서구강화군을)/한나라당 입당

■강운태(광주남구)/의원직 사퇴·광주시장 출마
→민주당 장병완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강길부(울산울주군)/한나라당 입당

■한선교(경기용인수지구)/한나라당 입당

■최욱철(강릉)/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이무영(전주완산구갑)/의원직 상실·공직선거법 위반
→민주당 신건 의원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진입

■박지원(목포)/민주당 입당

■김영록(해남완도진도)/민주당 입당

■이윤석(무안신안)/민주당 입당

■김광림(안동)/한나라당 입당

■김태환(구미시을)/한나라당 입당

■성윤환(상주)/한나라당 입당

■이인기(고령성주칠곡)/한나라당 입당

■정해걸(군위의성청송)/한나라당 입당

■최구식(진주시갑)/한나라당 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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