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유치원 다닐 때도 그랬지만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까만주름 주니어는 학교에서 이것저것 만들기를 해서 들고오곤 한다. 방과후 교실에서 주로 만들기를 하는 모양이다. 사회부로 부서를 옮긴 뒤로 거의 매일 12시 가까이, 혹은 12시 넘어 퇴근을 하고 아침엔 일찍 나오는 바람에 주중엔 아이의 자는 얼굴 밖에 못보는데 어느날 주방 환풍구 창틀에 흙이 담긴 투명 플라스틱 컵이 보였다. 눈동자와 입을 만들어 붙였다. 아이가 잔디인형이라고 만들어 와서는 물을 줘야 한다고 난리를 피워서, 물을 많이 주면 안된다고 겨우 설득을 했단다. 한번 집어들어서 살펴보고는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비비며 출근 준비를 하는데 그 화분(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오~. 햇빛을 잘 받았는지 그새 머리(잔디)가 삐죽삐죽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모자란 시간이지만 똑딱이로 몇장 찍었다. 그러고보니 주차장 옆 화단 텃밭에 뿌린 상추씨앗과 치커리 씨앗이 싹으로 자라났다고 전에 사진을 올렸는데, 이제 수확단계다. 벌써 몇차례 뜯어 먹었다. ^^
지난번에 이어 까만주름 주니어의 4칸만화를 올린다. '유리인간' 작품은 앞서 언급한 동글이 시리즈의 제8권 '짜증날 땐 만화를 그려 봐'에 나온 작품을 그대로 모사한 것이다. 반면 해장국소동은 순수 창작품인데 까만주름 주니어의 할머니가 해장국집을 하기 때문에 거기서 소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요사이 까만주름 주니어의 주요 관심사는 레고블럭과 조립식 로봇만들기로 옮아가 있다.
<유리인간> ①“어어어.” ②“이거 어떡할래.” “죄송해요.” ③“아 유리를 먹고 있네.” ④(유리가 된 인간) “다 치웠습니다.” ‘꼴까닥.’
봄이 되서인지 집중력이 떨어지고 틈틈이 기를 써서 하던 독서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일전에 한 선배가 이 블로그를 육아 블로그로 만드는 게 어떠냐고 농반진반 말한 적이 있는데 아닌게 아니라 3월 들어 포스팅한 것들이 모두 까만주름 주니어의 작품들이다. 독서 컨디션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일단 아들 작품 팔아서 블로그를 연명해야 할 듯 하다.
까만주름 주니어는 최근 한자 학습만화에 푹 빠져 있지만 어느 책에 꽂히면 테마로 삼아 읽는 습관이 있다. 시리즈별로 읽기도 한다. 길게는 일주일 넘게 짧게는 하루 이틀 해당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읽는 것이다.
까만주름 주니어가 매우 좋아하는 시리즈가 있다. 야마다 시로라는 일본 작가가 쓰고 삽화까지 그려넣은 '동글이의 엽기코믹 상상여행' 시리즈다. 현재 8권이 번역돼 있는데 까만주름 주니어는 운좋게 전권을 다 가지고 있다.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않아 일반화시켜 말하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시리즈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 어린이 판타지 동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주인공 '오동글'이 내일 일기를 쓰면 연달아 현실로 나타난다든가, 장난삼아 황당한 내용의 신문을 만들면 역시나 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는 식이다.
내가 보기엔 좀 황당하다 싶기도 하지만 아들이 꺄르르 꺄르르 웃으며 좋아한다. 지난 겨울쯤이었을 것이다.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까만주름 주니어가 어느날은 만화를 그리겠다고 나섰다. 동글이 시리즈의 제8월 '짜증날 땐 만화를 그려 봐'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주말 사이 여러편을 공들여 그려냈다. 게중엔 동글이 시리즈에 나오는 만화를 베낀 것도 있고, 순수 창작한 것도 있다. 황당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한번 감상해 보시길. 역시나 허접한 사진의 품질이 작품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아빠와 매우 달리 붙임성 좋은 아이는 무난히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식날 아빠로서 눈치보며 짬을 내서 입학식엘 갔다. 아이들이 남여 짝을 지어 책상에 앉아서 강당에서 열릴 입학식을 기다렸고, 부모들은 교실 뒤편에서, 혹은 복도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뭐, 입학식에서 흔이 보는 광경이다. 가나다순으로 번호를 부여한 모양인데 울 아이는 남자 1번이었다. 앞줄 맨 왼쪽에 앉았는데 처음엔 조금 긴장한 듯 하더니만 이내 옆 자리 짝꿍에게 뭔가 조잘조잘 얘기를 하는게 보였다. 급기야 묵찌빠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 엄마와 하던 익숙한 놀이를 짝꿍과 하고 있는게 아닌가. 뭐냐면 묵찌빠에서 진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목을 내주면 이긴 사람이 다섯손가락 가운데 하나로 상대방위 뒷목을 콕 찍은 뒤 어떤 손가락으로 찍었는지 알아맞추게 하는 놀이 말이다. 아이도 분명히 A형 혈액형이 분명한데 아이보다 훨씬 더 소심한 A형인 아빠로선 흐뭇한 광경이었다.
제주도로 늦은 겨울휴가를 가서는 3박4일 동안 푹 늘어지게 쉬다 왔더니 봄바람이 잔뜩들어 싱숭생숭 하는 바람에 귀차니즘이 다시 발동해 잠시동안 블로그질도 손을 놓고 말았다. 책도 손에 잘 잡히질 않는다. 잘 쉬긴 했는데 잘못 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요일 밤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참에 까만주름 주니어의 작품 3편을 올리는 것으로 잠시동안의 블로그 휴업을 접고 활동을 재개한다.
작품들은 지난해 여름에 제작된 것이다. 흰색의 두꺼운 카드에 그린 것이다. 당시 수족관엘 다녀왔었고, 앞서서 유치원에서 미술과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두가지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작품 설명 가운데 일부는 엄마가 일부 필기를 도왔다고 한다. 냉장고 문 옆 벽에 일찍부터 부착돼 있었는데 그새 색이 약간 바랬다.
2010년6월30일 그린 작품
제목: 공룡이 있는 풍경1
그린사람: 김선호 이 공룡이 있는 작품은 대개 희미한 것을 나타내고 있어요. 이 그림은 야자나무, 구름이 있는 풍경입니다.
2010년 6월30일 그린 작품
제목: 아프리카 바다 전쟁1
그린사람: 김선호 이 그림은 갈매기, 백상아리, 전기뱀장어, 성게, 가재, 오징어가 나타나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색칠이 백상아리만 되어 있습니다. 멋지죠.
2010년 7월1일 그린작품
그린사람: 김선호
제목: 공룡이 있는 풍경2 이 그림의 스테고사우르에 맨 뒤 발에는 파란 발톱이 있어요.
P.S. 지난 토요일 자전거 타기 싫어하는 방안퉁수인 아이를 꼬셔서 자전거 뒤에 태우고 나갔다가 아이 발이 그만 자전거 바퀴에 끼고 말았다. 다행히 발목관절을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발뒤꿈치에 멍이 들었다. 호들갑 심한 아이가 그것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환자 행세를 하며 엄마를 귀찮게 한 모양이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걱정이다.